단 며칠 만에 모듈러 프리패브리케이션으로 전세계 코로나19 병원 세운 비결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 후 건축, 엔지니어링, 건설(AEC) 산업은 의료 서비스를 최전선에서 제공하는 사람들을 발빠르게 지원해 왔다. 전무한 의료 지원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AEC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모듈러 프리패브리케이션 임시 병원을 세워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은 향후 위기 상황이나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 건설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국, 멕시코, 영국 등 세 국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특별한 상황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팀이 어떻게 동원되었는 지, 그들이 얻은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중국 훠선산/레이선산 병원
중국 우한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감염 및 사망이 빠르게 진행되자 임시 병원을 짓기로 결심 했다. 이를 통해 단 10일 만에 1,000개의 병상을 가진 임시 병원을 건설하기 위해, 설계사와 시공사로 구성된 올스타팀을 조직했다.
중국 구정을 이틀 앞둔 1월 23일 우한시는 도시 전체에 봉쇄령을 내렸다. 오후에는 CITIC 종합 건축설계 및 연구 기관(CITIC ADI)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제3국 엔지니어링(CSCEC-3)은 요청을 받았고,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시공법으로 훠선산 병원을 각각 설계하고 건설했다.
CITIC ADI의 디지털 설계 리서치 센터의 후지치앙(Hu Jiqiang) 디렉터는 “본사 경영진 아래에 팀원 60여명으로 꾸려진 설계 팀이 훠선산 프로젝트를 위해 약 1시간 안에 모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설계자들은 30분도 안 돼서 현장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우리 모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전염병 퇴치를 위한 투쟁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에는 보통 6개월이 소요되고 시공에는 최대 3년이 더 걸린다. 후 디렉터는 “사람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시간과 싸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CITIC ADI는 5시간 만에 지면 수준 계획을 제출했고, 24시간 만에 설계도를 완성한 후 60시간 만에 건설 도면을 제공했다.
CITIC ADI의 속도는 그 방법론에 크게 좌우된다. 이 설계에는 “릴레이” 접근 방식을 사용했고, 직원들은 설계를 계속 연달아 진행하기 위해 2교대로 근무했다. 시공은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했다. 후 디렉터는 “우리는 다양한 절차를 병행하거나 심지어 역순으로 진행했다”라고 하며, “기본적으로 설계, 시공, 구조 수정 및 조정을 동시에 수행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술도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받은 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위챗(WeChat, 중국 대표 모바일 메신저 앱)을 통해 회사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오토데스크의 Revit(레빗)을 비롯, 디지털 모델링을 위한 Navisworks(나비스웍스), 모델 렌더링을 위한 Enscape(엔스케이프), 현장 레벨링 및 계획을 위한 Civil 3D(시빌 3D) 등의 솔루션으로 BIM(빌딩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활용해 설계를 시각화하고, 전문 분야를 통합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작업 속도를 높였다.
BIM은 우한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검사 및 진단을 제공하기 위해 검사 연구소를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1월 29일 CCCC 제2 항만건설집단은 불과 6일 만에 파이어 아이(Fire Eye) 실험실을 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연구소는 베이징 게놈 연구소(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8개 실험실 중 하나로, 팽창식 6,000 평방피트 규모에 복잡한 공기 압력과 오염 물질 배출 시스템이 필요해 시공이 매우 까다로웠다.
CCCC 우한 즈싱 국제 엔지니어링 컨설팅(Wuhan Zhixing International Engineering Consulting)의 천푸치앙(Chen Fuqiang) 차장은 “프로젝트 팀은 가상 설계 및 시공에 BIM 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라며, “BIM 모델로 새로운 실험실의 설계 의도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전자기계 파이프라인을 더욱 심도있게 통합할 수 있었다. 이같은 3D 모델은 설계자와 발주처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현장 기술 직원 역할을 하며, 전기 기계 파이프라인의 충돌과 재작업을 방지하고 시공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켰다”라고 밝혔다.
CSCEC-3는 병원의 종합 건설 업자로서 업무를 시간 단위(때로는 분 단위)로 쪼개며 성공을 거두었다. CSCEC-3의 훠선산/레이선산 병원 우예웬(Wu Yewen) 현장 BIM 엔지니어는 “예를 들어, 대지를 평탄하게 고른 직후에는 지반 작업 및 프리패브 모듈 운송이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하며, “너무 이르면 혼잡해지고 너무 늦으면 일정이 지연된다. 모든 단계는 정확하게 계획되어야 하며 노동, 장비, 운송 및 자재에 대한 적절한 일정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SCEC-3는 전문적인 계획을 통해 우한의 임시 병원인 레이선산 병원에 동일한 프리패브 방식을 적용해 병상 1,600개를 갖춘 두 번째 임시 병원을 신속하게 세울 수 있었다. 이 병원은 중난건축설계원(CSADI, Central-South Architectural Design Institute)에서 설계했으며, 구정 연휴에 설계자 40명이 신속하게 모여 3일 만에 건축 도면을 만들어냈다.
레이선산 병원 프로젝트 디렉터이자 CSADI의 장송민(Zhang Songmin) 부수석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는 단일 건물로, 컨테이너 상자와 강철 프레임 조립을 통해 빠르게 지어졌다”라고 하며, “문제는 설계 도면을 건설 직원, 자재 및 기계의 배치와 함께 실시간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일간의 시공 도면 시간 제한 이내에 CSADI에 의해 대부분의 도면이 완성됐지만, 설계자들은 현장에서 도면을 수정하기 위해 건설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했다”라고 전했다. CSADI의 동적 설계 프로세스 덕분에 13일 만에 공사가 마무리 됐다.
멕시코 시멕스 병원
지난 2월 말 경 멕시코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3월 중순까지 멕시코의 건축 자재 제조업체이자 유통업체인 시멕스(CEMEX)는 곧 닥칠 중환자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멕시코에 더 많은 병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시멕스는 병원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시멕스의 엔리케 로드리게스(Enrique Rodrigíguez) 엔지니어링, 인프라, 정부 프로젝트 매니저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고자 했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우리가 매일 진행했던 프로젝트(도로, 댐 또는 풍력 발전 지역)는 전염병 퇴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원격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조립식 보조 주택을 개발하는 내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가 조립식 병원을 제조하고 설치하기 위한 개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국가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면, 이 아이디어는 실제로 국민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멕스는 콘스트라우허브(Constrauhub)라는 기술 사업부를 이끌며, 자사의 보조 주택 프로젝트에 대한 레이저 조사를 수행하고 Revit에서 재설계했다. 이는 모바일 병원 모델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프로젝트에 가치를 더하려는 멕시코 기업들과 협력하여 개발됐다. 팀은 막판 주문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설계 작업을 진행했고, 심지어 공립 보건 기관이 공사 착수 전 현장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BIM 모델을 완성하는 데 3주도 안 걸렸다. 그 후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Monterrey, Nuevo León),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Ciudad Juárez, Chihuahua), 시날로아주 쿨리아칸(Culiacán, Sinaloa), 자카테카스주 프레스니요(Fresnillo, Zacatecas), 멕시코주 틀랄네판틀라(Tlalnepantla, state of Mexico), 푸에블라주 푸에블라(Puebla, Puebla) 등지의 병원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BIM으로 효율성이 높여, 15일 이내에 사전 제작된 항균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임시 병원 6개를 빠르게 세울 수 있었다.
로드리게스 매니저는 “BIM 덕분에 프리패브리케이션으로 제작된 견고하고 지능적이며 경제적인 병원이라는 프로젝트 본질을 잃지 않았다”라고 하며, “이는 여러 분야의 회사로부터 최상의 설계-건설 제안서를 얻기 위한 큰 노력을 보여준다. 우리는 항상 고객과 원활하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했으며, 이는 환자 진료 및 의료진의 요구를 충족하는 기능적 병원 모델을 세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영국 버밍햄 NHS 나이팅게일 병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될 때 영국 정부는 대규모 모임, 회의, 행사를 금지했다. 그 결과,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컨벤션 센터는 텅 비게 됐다. 영국 정부는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지원하고 전염병 수요 급증에 대비해 임시 병원을 설립키로 하고 비어 있는 컨벤션 센터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근대 간호사의 설립자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이름을 붙인 나이팅게일 병원은 NHS가 런던 동부 엑셀 런던(ExCeL London) 컨벤션 센터에 첫 현장 병원을 발표한 3월 24일에 설립됐다. 며칠 후인 3월 28일, NHS는 국립전시센터(NEC)에 버밍햄 NHS 나이팅게일 병원(NHS Nightingale Hospital Birmingham)이라는 두 번째 현장 병원을 세우기 위해 건설업체인 인터서브 컨스트럭션(Interserve Construction)과 손잡았다.
영국 정부에게 있어 인터서브는 NEC 건설에 도움을 주었고 사무실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빈스 케스터톤(Vince Kesterton) 프로젝트 디렉터는 “NHS에 2주 내로 중환자 진료 병상 800개가 필요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하며, “2주 안에 납품할 수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신경이 쓰였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케스터톤 디렉터는 이전에도 없던 작업을 관리하기 위해 달성해야 할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든 다음, 필요한 자원과 일정을 결정하기 위해 역순으로 작업했다. 그는 “24/7로 8시간 3교대 근무가 필요했고 전체 공급망을 함께 사용했어야 했다”라고 말하며, 하청업체에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작업을 중단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인력을 버밍햄에 보내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인터서브 및 협력업체 직원 450여명과 구르카 영국군 60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9만여 건설 시간 동안 축구장 11개 만한 임시 병원을 세웠다.
케스터톤 디렉터는 “사람들은 당연히 평일에 일하고 싶어 한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24시간 내내 생산적으로 3교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해 보통 하루에 10~11시간 일했다. 많은 사람이 선의를 베풀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전시장 5개에 걸쳐 이뤄졌다. 여기서는 오토데스크 클라우드 솔루션 PlanGrid(플랜그리드)를 사용하여 작업을 세심하게 조율하고 진행 상황을 문서화하며 문제를 전달했다. 한 홀에 바닥을 까는 동안, 다음 홀에 벽이 설치되었고, 다른 홀에는 서비스 케이블이 설치됐다. 한 홀에서 다른 홀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발견될 때마다 사진을 촬영하고 해결을 위해 클라우드에서 공유했다.
케스터톤은 “종이로 된 문서를 사용하지 않고 속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었다”라고 말하며, 이 방식을 사용하면 협력업체들이 서로 밟고 다니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진전을 보일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 수칙을 준수하는 데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이어 “한 번에 근로자 400~500명이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감시원”으로 지정된 팀과 보건 및 안전 관리자도 함께 일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운이 좋았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터서브는 작업이 시작된 지 불과 2주가 지난 4월 16일 NHS에 병상 800개를 완성했는데, 두 번째 단계인 2주 후에 이미 400개의 병상 납품을 의뢰받았다. 다행히도 케스터톤은 어떤 침대도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분이 이상하다. 모든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했지만, 그 누구도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사용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현재까지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별한 상황, 지속되는 교훈
코로나19 전염병은 특별한 대응을 요구하는 특별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을 만난 설계사 및 시공사들은 그것을 능가할 수 있는 많은 교훈을 얻을 것이다. 일반적인 건설 문제든 국제적인 비상사태든, 미래에 대한 대응에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우한에서는 훠선산과 레이선산 병원이 성공적으로 개관한 덕분에 기술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CSCEC-3의 우 엔지니어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며, “기술자는 현장에서 시공 계획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으며, 기존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프로세스를 최대한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M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후 디렉터는 간소화는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BIM으로 발주처, CM사, 시공사, 건설팀 및 기타 사업부가 동일한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만들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편리하고, 협업이 더 긴밀해지며,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SADI의 경우, 레이선산 병원 설계는 클라우드에서 작업해 그 가치를 입증했다. 장 건축가는 “현재 중국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원격 협업이 대규모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라고 하며,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효율적인 조정 메커니즘이 없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클라우드 개념은 원격 사무실, 화상 회의처럼 점차 보편화됐다. 이러한 기회 때문에 CSADI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협업 메커니즘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시멕스는 기술을 통한 협업의 가치를 알게 되었는데, 이는 건설사와 고객을 조정하여 향후 프로젝트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시멕스 세그먼트 개발 및 신규 비즈니스 부문의 에일린 에르난데스(Eileen Hernández) 매니저는 “고객이 가상으로 프로젝트 안으로 들어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라고 말하며, “처음부터 고객이 개입했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것과 기대치가 매우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속도와 협업이 증가하지 않는다. 케스터톤 디렉터에 따르면,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케스터톤은 버밍햄 NHS 나이팅게일 병원의 성공이 직원, 계약자 및 고객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한 데 크게 힘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관계를 쌓아야한다”라고 하며, “그렇다면 상황이 어려워질 때, 그 사람들이 당신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더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종합해보면 이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큰 교훈으로 이어진다. 이해관계자들이 팀으로 일할 때 무엇이든 가능해진다. 케스터톤 디렉터는 “나에게 가장 큰 배움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때 무엇을 달성하게 되는가’다”라고 하며, “몇 달 전 누군가 중환자 병상 1,200개를 3~4주 동안 3천만 파운드에 설치하겠다고 요청했다면, 불가능하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수준의 결과물과 생산량을 달성하면,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