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자하 하디드, 모로코 라바트에 걸작을 남기다
모로코 부레그레그 강변의 스카이라인을 탈바꿈시킬 라바트 국립대극장이 2019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인 故 자하 하디드와 그의 건축회사인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ZHA, Zaha Hadid Architects)가 설계하고 여러 컨설턴트가 협업한 이 극장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최초의 하디드 프로젝트다.
부레그레그(Bouregreg) 강의 곡선과 아라비아 글자를 상기시키는 물결 모양의 선, 곡선, 유기적 형태에 자하 하디드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라바트 국립대극장(Grand Theatre of Rabat)은 1,800석 규모의 극장, 7,000석의 야외극장을 비롯, 소극장, 워크숍 공간, 그리고 파노라마 같은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갖췄다. 대극장은 모로코의 전통 무카르나스(muqarnas) 천장(이슬람권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치형 타일 장식 천장)을 본뜬 크리스탈 모양의 기하학적 패턴을 보이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미래적이다.
라바트 국립대극장은 국왕 모하메드 6세의 문화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은 라바트와 부레그레그 강 건너편에 위치한 쌍둥이 도시 살레(Salé)를 포함한 부레그레그 계곡의 통합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개발이다.
국왕 모하메드 6세의 구상은 이 대극장을 세계 수준의 쇼핑, 외식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와 즐길 거리를 갖춘 역동적 복합 용도 지구의 ‘꽃’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된 도시개발 모델은 지역의 문화유산 및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영국 외무부 최고위 관료인 사이먼 맥도날드 경은 트위터에서 이 국립극장은 아프리카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선정되었을 당시 하디드는 “국립극장을 건설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모로코의 독창적인 전통 음악과 풍요로운 공연 예술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기에 더욱 더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건축 설계 팀은 건축물에서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전하는 동시에 직관적으로 방문객의 관람 동선을 인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중심 과제로 삼았다. ZHA 레다 케산티(Reda Kessanti) 수석 건축사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구조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전했다. 또 “극장은 일종의 ‘상자 속의 상자’로 지은 셈이라 내부 구조물이 외부 구조와 분리됐다. 건물의 콘크리트 클래딩 (cladding)은 국립대극장의 독특한 모양에 걸쳐 있는 격자와 강철 기반 구조물에 의해 지지가 된다. 건물의 외피는 야외극장 윗부분을 파서 만들었는데, 그 테라스에서 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깊숙히 박은 말뚝이 구조적 견고함을 더해 준다.
그는 이어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형태가 지면을 향해 곡선을 그리며 야외극장을 형성한 후 차츰차츰 주변 환경에 녹아 들고 있다”면서, “라바트 국립대극장은 부레그레그 강으로부터 기를 받으며 계곡의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강의 역동적인 선이 극장과 야외극장을 아우르는 공원의 조경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빛은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기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상자 스타일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케산티 수석 건축사는 또 “코브 조명이 곡선으로 이뤄진 파사드를 휘감고, 천창과 대형 유리로 된 출입구는 건물 내부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극장 내부에는 투광조명이 극장의 금빛 벽면을 돋보이게 하고 외부에서는 방문객이 계단과 난간을 향해 은은하게 빛나는 연속 조명의 도움을 받아 계단형 야외극장을 거닐 수 있다.
하디드의 설계는 혁신적이지만 종종 시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라바트 국립대극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건물의 독특한 형태와 다양한 프로그램밍의 필요성 때문에 3D 모델링이 필수적이었다. 케산티 수석 건축사는 “처음에는 종래의 2D 형식으로 시작했으나, 현지 건축사무소인 오마르 알라우이 (Omar Alaoui Architects)는 2014년 세부적인 설계 단계 중에 ZHA의 복잡한 기하학적 설계를 위해서는 더 심층적인 3D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계 팀은 모든 시공 과정을 문서화하기 위해 오토데스크Revit(레빗)과 BIM 레벨 1 수준의 LOD 200을 활용해서 빠른 속도로 BIM 워크플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현지 시공 업체들이 BIM에 익숙하지 않았고 MEP [기계, 전기, 배관] 및 구조 관련 업체들은 BIM에 요구되는 필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ZHA는BIM을 다루는 전문 팀을 따로 만들고 라이브 워크숍을 진행해 건물의 기하학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다. 맞춤형 Revit 플러그인(plug-in)인 ZHA BIM이 개발되어 오토데스크 Maya(마야)를 포함하는 3D 모델링 도구로 기존의 기하학적 형태를 추출해 3D 컴포넌트에 정보 및 사양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ZHA의 해리 입스(Harry Ibbs) BIM팀 총괄은 “이 과정으로 완전한 협업과 합리적인 설계를 할 수 있었고, 복잡한 이중 곡면을 면으로 만들고 소재를 변경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 소프트웨어 덕분에 멋진 건축물을 시각화할 수 있었고, 모든 시공사가 이런 건축물의 건설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케산티 수석 건축가는 건설 현장에서 컨설턴트와 현지 하청업체들은 BIM과 Revit을 통해 충돌 감지 기능을 갖춘, 완벽히 조정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의뢰인과 하청업체 모두 예산 절감을 위해 이 모델이 필요했다. 이 모델이 없었다면 콘크리트 벽과 바닥을 드릴로 뚫어서 HVAC 배관과 전기를 설치해야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하디드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대극장과 같은 유작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케산티 수석 건축가는 2019년 말에 이 국립 대극장이 개관되면 하디드의 다른 대표적 건축물과 더불어 오랫동안 그 명성을 떨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디드의 비전은 “건축계에 확실한 영향력이 크다. 하디드를 모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그에 필적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